한국 영화 <타짜 : 원 아이드 잭> 어라 난 왜 재밌지?


타짜 : 원 아이드 잭

타짜 : 원 아이드 잭 / 범죄, 드라마

감독 : 권오광

주연 : 박정민, 류승범, 최유화, 우현, 윤제문, 이광수, 임지연, 권해효

 

2019년 추석에 개봉해 어마어마한 혹평 세례를 받았던 타짜 : 원 아이드 잭을 IPTV로 봤습니다. 워낙 혹평 일색이라 관심에도 없었는데 워낙 허영만 원작의 만화 타짜 시리즈를 좋아하기에 결국 보게 됐습니다. 이전 영화 타짜 시리즈는 전부 극장에서 봤고 2탄인 타짜 : 신의 손도 나름 만족하면서 봤기에 극장에 보러 갈까 하다가 안 갔었던 기억이 있는데 극장서 봤어도 저는 무난하게 재밌게 봤을 듯합니다. 완벽한 짜임새의 훌륭한 영화는 아니지만 충분히 킬링타임 역할은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짜 : 원 아이드 잭은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모습을 보인 류승범 때문에 예고편 부터 정말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나니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혹평들로 일찍 셔터를 내린 영화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류승범의 캐릭터와 연기는 좋았고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었네요. 혹평이 연기의 문제가 아니라 연출의 문제였던 건 확실한 듯합니다.

 

 

어 난 왜 재밌지?

분명 아쉬운 점이 많이 있는 영화이긴 합니다. 2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의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그 캐릭터 전부를 살리는 건 2시간으로 무리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각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캐릭터가 워낙 좋다 보니까 그 점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류승범의 캐릭터성과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주인공 도일출 역의 박정민도 워낙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니 훌륭했습니다. 그래도 제일 눈에 띄는 사람은 마돈나 역할을 맡은 최유화였습니다. 캐릭터가 워낙 치명적이다 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것도 있었지만 최유화의 연기도 캐릭터에 잘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캐릭터성이 짙은 배우들로 인해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희석되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나름 만족하면서 즐겁게 영화를 봤습니다.

 

 

 

타짜 : 원 아이드 잭  이점이 아쉽다

먼저 배우 류승범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어느 영화에 내놔도 아니 잠시 카메오로 출연한다고 해도 확고한 그의 캐릭터와 연기 덕분에 확실한 신스틸러로 눈에 띄는 배우입니다. 근데 이 영화에서는 사실 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연급 캐릭터 애꾸를 연기했는데 애꾸의 비중이 너무 작았고 비중을 떠나 영화 내에서 포지션도 조금 애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 류승범을 확실히 잘 살려서 연출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각 캐릭터들이 모이게 된 연관성이 너무 부족합니다. 잠시 카지노에서 마주친 여자와 팀을 이루는 것도 서로 잘 알지 모르는 까치에게 카드를 보내 팀을 이루게 되는 것도 그리고 특히 포지션이 가장 애매한 배우 권해요가 연기한 권원장은 존재의 이유를 모를 정도로 포지션이 약합니다. 너무 많은 캐릭터를 생각한 나머지 그 누구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짜 짝귀의 아들 도일출이 주인공인데 주인공 도일출이 등장인물 중 가장 캐릭터성이 약합니다. 그냥 도박을 좋아하는 평범한 공시생 정도의 느낌이드는거 같습니다.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의 캐릭터치곤 상당히 빈약한 듯합니다. 물론 짝귀의 아들로 짝귀의 복수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짝귀의 제자 애꾸를 만나게 되는 것 까지는 좋았으나 극의 흐름이 도일출이 첫눈에 반한 여자 하나 때문에 흘러가는 듯 한 느낌이 너무나도 많이 들었던 게 몰입도를 떨어뜨린 거 같습니다. 타짜의 고니 그리고 타짜 신의 손의 함대길은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뭔가 확실한 동기들이 있었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동기들이 더 확고해지는 느낌이 있었다면 타짜 원 아이드 잭의 도일출은 그냥 스쳐가듯 만난 여자와 국밥 한 그릇도 채 다 먹지 못할 시간의 만남에 모든 걸 홀려 감정 이입되는 느낌이 전혀 없었네요.

 

복수 그리고 작업이란 시나리오는 너무나 많은 영화들에서 기용되어진 조금은 식상한 뼈대입니다. 여러 분야의 범죄 전문가들이 모여 작업을 하는 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이며 복수는 웬만한 영화를 틀어도 나오는 이야기죠. 특히 시리즈로 이어가는 영화에선 똑같은 전개를 이어 나간다는 건 더욱더 식상함을 부르는 듯합니다. 

 

 

류승범과 박정민 그리고 최유화

영화를 보면서 첫 류승범의 등장신에 두근거렸습니다.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영화배우인 듯하네요. 비중이야 어떻든 캐릭터가 어떻든 류승범이라는 사람 그 자체가 캐릭터이니 보는 내내 즐거웠지만 아쉬운 마음도 컸네요. 류승범의 비중을 확 늘려서 극을 진행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연기 천재라고 불리는 박정민. 확실히 연기력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좋습니다. 근데 캐릭터 성이 약한듯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극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탑 주인공인데 다른 캐릭터들한테 존재감이 밀리는듯한 느낌이 많았습니다. 아직 젊은 연기천재 박정민이니 앞으로의 연기 변신과 행보로 어떤 모습들을 보여줄지 정말 기대가 배우임에는 틀림없는 듯합니다.

 

 

마돈나 역을 맡은 최유화. 캐릭터도 치명적이지만 그 캐릭터를 연기한 최유화는 더욱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듯합니다. 외모가 정말 치명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주고 연기 또한 그 치명적인 매력과 잘 어울렸던 거 같습니다. 최유화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이전에 봤었던 영화들에 조연으로 출연했었는데 기억나는 영화가 없네요. 앞으로 스크린에서 종종 보게 될 거라는 느낌이 확실히 드는 최유화였습니다.

 

 

타짜라는 제목만으로도 재밌다

허영만 원작의 만화를 실사화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재밌는 영화인 듯합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대거 등장해 그 캐릭터를 보는 재미만으로 충분한 영화였던 거 같습니다. 시리즈 첫 편인 타짜처럼 영화의 내용과 연출까지 완벽했었다면 좋았겠지만 전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했네요.

 

근데 시리즈의 1편인 타짜가 워낙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고 몇 번을 봐도 계속 재밌는 영화이니 후속편들이 혹평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 고니와 평경장 그리고 아귀의 존재감을 능가할 후속편의 캐릭터들이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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